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리뷰

원작 결말을 영웅 구세주 서사 자신감 회복으로 바꾸다

팀 버튼, 조니 뎁, 앤 해서웨이, 헬레나 본햄 카터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원작 동화를 충실히 그대로 따르진 않습니다.

 

영화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주인공 앨리스부터가 소녀가 아니예요. 결혼을 앞둔 아가씨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섞었습니다. 특히, 캐릭터를요. 말하는 꽃은 거울 나라에 나옵니다. 영화는 그 소녀가 커서 숙녀가 된 다음에 다시 이상한 나라에 간다는 설정입니다.

 

영화는 앨리스의 현실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하기 싫은 결혼, 갑갑한 생활, 계속 꾸는 악몽.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앨리스의 마음이 드러납니다.

 

토끼굴에 빠져 이상한 나라로 가서 보게 될 것들을 현실에서 힌트로 보여줍니다.

 

초반은 원작의 이야기 진행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마시고 먹고 작아졌다 커졌다. 문을 통과한 후부터는 이야기는 원작과는 다르게 진행됩니다.

 

 

영상은 팀 버튼 감독의 상상력과 기술력이 제대로 발휘해서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화려하고 기괴하고 엉뚱하고 웃기고 침울하죠.

 

조니 뎁이 미치광이 모자장수예요. 역시 조니 뎁이네요. 이 5차원 캐릭터를 능청스레 능숙하게 연기합니다. 헬레나 본햄 카터는 붉은 여왕, 앤 해서웨이는 하얀 여왕입니다. 정작 주인공 앨리스 역을 맡은 배우는 잘 모르겠네요.

 

제작사가 디즈니라서 그런 것 같은데, 영웅 서사를 따릅니다. 이상한 나라에는 예언이 전해지는데, 괴물 재버워키를 무찌르는 용사로 앨리스가 나타난다는 겁니다.

 

영화는 중세 기사 영웅담의 골격을 가져다 이상한 나라의 캐릭터와 배경을 적절하게 활용해서 표현했습니다.

 

이야기 틀거리는 어쩐지 영화 매트릭스 1탄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정확히는, 매트릭스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인용해서 만든 것이긴 합니다만. 영화가 원작을 구세주/영웅 신화로 바꿔놓은 탓이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작 동화는 단단한 서사 구조를 구축하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시작했다가 갑자기 끝납니다. 별 다른 개연성도 없어요. 말장난과 난센스와 재미있는 상상이 스냅 사진처럼 펑펑 나오다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끝납니다. 결말이 그냥 꿈이었어, 꿈 깼어, 끝입니다.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상한 나라에서의 모험 그 자체가 아니라 이상한 나라에서 모험을 겪고 난 다음에 앨리스가 현실에서 그 상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용기를 내고 자기 삶을 개척한다는 것입니다.

 

Posted by 러브굿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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