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인조인간이 인간의 본질을 묻는다
블레이드 러너
리들리 스코트 감독
해리슨 포드 출연
에스에프 영화 팬으로 디브이디 타이틀을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다면, [블레이드 러너]는 1순위다.
구입해서 처음 타이틀 표지를 보면 무척 실망이다. 서플은 거의 없고 음향은 스테레오. 게다가, 제작사 워너브라더스 특유의 종이 케이스라니.
타이틀을 넣어 플레이해 보면 그 실망감은 좀 누그러든다. 오프닝 타이틀 다 지나간 후, 드디어 영화 시작. 화면 가득 미래 사회의 거대한 건물과 현란한 불빛이 보이며 반젤리스의 신디사이저 연주가 들리자, 역시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만으로 추측했던 것보다는 나았다.
초등학생 때 유선 텔레비전으로 봤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같다. 물론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것은 달라졌다. 어려서는 대사의 앞부분이, 어른이 된 지금은 뒷부분이 기억된다.
데커드를 구해 준 로이의 대사, "나는 너희 인간들이 믿지 못할 것들을 보았지. 오리온 성운 옆에서 불 타던 전함들, 탄호이저 게이트 근처 암흑 속에서 씨 빔의 번쩍임. 그 모든 순간들이 사라지겠지. 빗물 속의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다." 원작 소설에는 안 나오는 말이다.
인조인간이 인간의 본질(삶, 죽음, 기억, 사랑, 창조, 창조물, 신, 살인, 죄)에 대한 질문을 하는 이 영화는, 해석의 다양성과 심오함 때문에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원작 소설은 이런 철학적 질문보다는 현대문명 비판에 더 치중했다. 영화는 그런 소설을 더욱 웅장하고 깊게 표현해냈다. 더 단순한 갈등 구조로 바꾸었다. 추격 장면과 사랑 장면을 넣었다.
이 타이틀은 감독판이다. 감독은 관객에게 데커드가 인조인간이라는 걸 암시하기 위해, 몇 장면을 추가했다. 유니콘 장면, 어둠 속의 눈동자 반짝임. 극장판에 있던 해피엔딩은 빼 버렸다. 데커드와 레이첼이 같이 차를 타고 도망치는 극장판이 더 마음에 든다. 어린이 시절에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죽음을 이해하기에는 어렸다.
이 타이틀은 특이하게도 양면을 모두 쓸 수 있다. 와이드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면과 일반 텔레비전 화면으로 볼 수 있는 면. 안쪽 동그란 부분에 잘 보면 표시가 있다. 양쪽 면을 다 쓰기에, 라벨 프린팅이 없다. DVD에 프린팅이 없다고 제품 이상으로 생각지 않길 바란다.
[원작 소설]
필립 케이 딕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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