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블랑카
마이클 커티스
험프리 보가트


등장인물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배우 이름은 분명히 기억한다. 험브리 보가트, 잉그리트 버그만. 오, 잉그르트 버그만.

나는 하드보일드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문체는 험브리 보가트를 닮아간다. 차고 냉정하고 비아냥거린다. 그럼에도 감상적이다. 겉은 강하지만 속은 약하다.

정말 좋아하는 여자한테 나는 절대로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 놓고, 잉그리트 버그만이 나오는 영화를 볼 때마다 그 여자를 생각한다.

하드보일드 탐정 역을 했던 배우가 레지스탕스 역을 맡다니, 이건 어긋난 캐스팅이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분명 시대 배경은 제2차 세계 대전인데, 오히려 미국 192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흑인 피아니스트, 재즈, 도박장, 술, 바바리 코트, 모자, 권총, 자동차.

 



상황 설정이 묘하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를 다시 만났다. 그 여자는 예전에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고 그대 곁을 떠났다. 여자는 유명한 레지스탕스의 부인이다. 부부는 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허가증을 구한다. 그 허가증은 단 한 장이다. 그걸 당신이 가졌다. 자, 어떻게 할 것인가. 나도 영화처럼 그랬을까.

당신은 사랑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가, 아니면 결혼해서 애 낳고 지지고 볶고 같이 늙고 별별 추한 꼴 다 보고 싶은가. 영화는 영화답게. 삶은 낭만주의가 아니라 사실주의니까.

Posted by 러브굿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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