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 프랑스 어로 다시 본 '로마의 휴일'

로마의 휴일
윌리엄 와일러 감독
오드리 헵번 출연


영어로 본 '로마의 휴일'과 프랑스 어로 본 '로마의 휴일'이 이렇게 느낌이 다를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프랑스 어가 있기에 재미삼아 들어 봤는데, 그 느낌의 차이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프랑스 어는 콧소리가 많죠. 이응 소리가 많이 나옵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정말 재수없다.'고 느낄 수 있고요. '자존심을 지나치게 새운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좋게 보면 상당히 리듬이 있으면서도 교양이 있어 보이고 특유의 우아한 느낌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공주라는 설정 때문인지, 영어를 말하는 공주와 프랑스 어를 말하는 공주의 느낌이 사뭇 달랐습니다. 꼭 한번 프랑스 어 목소리 녹음으로 보시길 바랍니다.

스포일러 말해도 되죠? 이 영화 안 본 사람 있습니까? 다들 알잖아요. 그렇죠. 참 세월 많이 변했네요. 옛날이 순수해 보이는 건 왜일까요. 왕실 사람들 취재 경쟁에 별 난리를 치고 심지어 어떤 분은 돌아가시기도 하셨죠. 이 영화의 결말은 말 그대로 영화일 뿐이죠. 그런 특종을 무시할 파파라치가 요즘 있겠습니까. 또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할 왕실 사람도 없고요.

오토바이 질주 장면은 찍기 힘들었겠네요. 여러 재미있는 장면을 연결시킨 솜씨가 훌륭합니다. 오토바이는 진짜 햅번이 몰았을까요? 따로 연기자가 있었을까요? 후자 같은데요.

세세한 감정 표현은 옛날 흑백 영화가 더 낫더군요. 미묘한 감정 변화를 클로즈업해서 충분히 전달합니다. 명작에 명배우는 괜히 있는 게 아니죠.

로맨틱 코미디였군요. 웃기는 장면이 이렇게 많았는지 몰랐습니다. 사진 찍는 그분, 바지 여러 번 버립니다. 뒤로 넘어지고 발로 차이고. 불쌍해라.

끝이 쓸쓸해도, 뒤돌아 봐도 공주는 나오지 않아도, 추억은 아름다우리.

2007. 7. 13.

Posted by 러브굿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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