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데이즈
영화 절반 조금 더 지난 후에 술집 사장님이 손님의 기타 반주에 따라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 와서야, 아 이거 영화구나 감이 왔다. 이도 잠시 다시 일상이 반복되었다.
다큐 보는 줄 알았다. 지루해 보이는 듯하면서도 사소한 행복이 있는 일상이다. 이걸 무려 2시간이나 보여준다. 이 정도면 누군가에게는 영화가 아니라 고문이지 않나.
구식 취미. 필름 카메라. 문고판 도서. 카세트 테이프. 공중 화장실 청소마저 신성해 보일 만큼, 그의 일상은 대단히 공을 들여 만든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설명을 안 해 주지만 고립되지 않으면 이런 생활은 불가능하다. 엄밀히 말해, 친구라고는 나무밖에 없는 사람이다. 심지어 읽는 책의 제목도 나무다.
주인공은 독거 노인이다. 그런 그에게 가출 소녀 조카 한 명이 불쑥 집에 온다. 그리고 홀로했던 일상에 조카가 함께 한다.
딸을 데릴러 여동생이 찾아온다. 딱 봐도 엄청 부자로 보인다. 여동생 말을 들어보면 그의 아버지(아마도 회장님)는 살아계신다. 연을 끊고 사는 듯 보인다. 엄청 싸웠던 듯 보인다.
일상은 다시 회복되는 듯 보였는데, 같이 일하던 청년이 갑자기 그만두면서 일이 두 배로 늘어 버려 일상이 깨진다. 밤 늦게까지 일해야 했다. 새 사람이 왔고 같이 청소 일을 시작한다. 일상은 회복된다. 일과 후 취침 전 독서.
꿈 흑백 화면으로 가끔씩 불안을 보여준다.
남의 이혼/암 투병 얘기 들어주는 주인공. 영화는 순간 엄청 철학적으로 변한다. 나름 과학 실험을 함께 하다가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한다. 아저씨들이 소년처럼 놀며 웃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웃으면서도 우는 주인공의 얼굴과 떠오르는 태양이다.
퍼펙트 데이즈. 퍼펙트 들어가는 제목은 대개가 반어법이다. 학생 때 배운 운수 좋은 날을 떠올려 보라.
해석의 여지를 많이 두었는데, 주인공의 과거에 대해서 거의 모른다, 나는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가 그런 일상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것은 뭔가 과거에 큰 불행이 있었기 때문인 듯 보인다.
엔딩 크레딧 끝난 후 일본어 '코모레비'를 설명한다.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이다. 종종 불안한 흑백화면으로 보였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삶의 행복이란 그런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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