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 사랑과 실연

중경삼림
왕가위 감독
임청하 출연


타락천사에서 이미 왕가위 스타일에 대해서 얘기했으니까 이번엔 다른 얘길 하자. 무슨 이야기를 할까. 사랑과 실연에 대해 말해 보자.

사랑. 누구를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복잡한 감정도 없다. 사랑하는 행동은 단순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하는 여러 행위가 사랑이며 진정으로 그걸 사랑이라고 느끼기까지는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저 사람이 날 사랑한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저 사람이 날 떠나려고 하는지 어떻게 아는가. 그냥 안다. 그 복잡한 감정을 너무나도 쉽게 안다. 사랑은 마음으로 느끼려고 하지, 머리로 알려고 하지 않기에.

 



실연. 자기에겐 대단한 문제지만, 주변 사람들은 구경거리일 뿐이다. 타인은 그저 옆에서 얘기를 들어 준다.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고 그래 봐야 되는 것도 없다. 자기를 위로할 사람은 결국 자기밖에 없다. 그래서 혼자서 중얼거린다. 좀 멋쩍다면 주변 사물들에 말을 건다.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이나 젖은 걸레한테 속삭인다.

영화는 두 커플을 보여 준다. 전반부 커플은 다시 만나지 않지만 후반부 커플은 다시 만난다. 잠깐의 사랑이라도 서로 느꼈다면 그건 사랑이다. 너무 짧아서 자신이 사랑이라고 알 순 없었겠지만. 전반부 사랑은 그렇다. 후반부 사랑은 시간이 꽤 걸렸다.

우리는 후반부 커플의 사랑에 대해 더 매력을 느낀다. 후반부 사랑 이야기에는 사랑을 지우는 동시에 쓰고 있는 교차의 이미지다. 두 남녀가 서로 제복을 바꿔 입었고 자리도 바꾼 그 마지막 장면은 기나긴 여운을 남긴다. 그래 이제 서로 사랑하는구나. 우리는 그 장면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아는 게 아니다. 느끼는 거다. 마음으로. 그게 사랑 느낌이니까.

Posted by 러브굿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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