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 아키라 감독의 희망적인 인간관

영화 '라쇼몽'은 소설 '라쇼몽'과 '덤불 속' 두 편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소설보다 훨씬 정교하다. 두 이야기를 절묘하게 이었다. 같은 소재의 비슷한 이야기로도 이렇게 다르다. 인간관이 다르기에 결론도 다르다.

'라쇼몽'은 거짓말의 향연이다.  자기 이익에 따라 거짓말을 중얼거릴 뿐이다. 사람은 도저히 못 믿을 존재다.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악마다. 세상은 지옥이다. 서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전쟁터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이 비관적인 인간관을 지녔다.

소설과 달리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은 희망적인 인간관을 말한다. 비가 그친다. 버려진 갓난아이. 그 아이를 키우겠다는 나무꾼.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는 스님. 아이는 희망을 상징한다.

서로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비슷한 얘기를 네 번이나 반복한다. 그럼에도 지루함은 없다. 경쾌한 음악과 흥미로운 영상이 펼쳐지고 관객은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셰익스피어 고전 연극을 보는 듯하다. 캐릭터의 감정이 한껏 고조된 클로즈업. 감정의 폭발에서 나온 사건. 경쾌하고 활발한 영상의 흐름.

최고다!

Posted by 러브굿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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